[진로부] 문과 수학…수시 이어 정시도 이과생에 치일듯(뉴스1 기사)
21-04-16 / 정환도 / View 933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개편돼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불리하다는 교육계 우려가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결과로 현실화했다. 표본 조사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문과생 비율이 6.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입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문과생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치러친 3월 학평 성적이 이날 통지됐다. 3월 학평은 수능 개편에 따라 국어·수학에도 처음으로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를 도입했다.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이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등으로 나뉘는데 이과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문과생은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월 학평 수학 응시 인원은 34만4,052명으로 선택과목 분포는 미적분 11만5,765명(33.7%), 기하 2만27명(5.58%), 확률과통계 20만8,260명(60.5%) 등으로 나타났다.

선택과목별 전체 원점수 평균을 보면 100점 만점 기준 미적분 50.6점, 기하는 44.1점, 확률과통계는 30.5점 등으로 나타났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이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들과 비교해 평균 20점 이상 높았다.

표본 조사 결과를 보면 대비가 더 뚜렷하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서울 16개 고등학교 4,451명의 3월 학평 성적을 분석한 결과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확률과통계 선택 학생은 6.0%에 그쳤다. 미적분(88.5%)·기하(5.5%) 등을 선택한 이과생이 1등급의 96.0%를 쓸어갔다.

미적분·기하 선택 수험생의 등급 내 분포 비율은 2등급 83.4%, 3등급 80.0%, 4등급 62.3% 등으로 상위 등급을 휩쓸었다. 5등급을 받은 학생 중 54.1%가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문과생 열세가 극명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3월 학평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57점으로 1등급 커트라인 표준점수 139점과 비교해 18점이나 높았다. 난이도에 따라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순으로 표준점수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과생이 이과생과 비교해 수학 성적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난 상황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당장 대입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백상민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교사는 “기존 수능 기준으로 수학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문과생도 2~3등급으로 떨어져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가령 고려대의 경우 4개 영역에서 7등급을 맞춰야 하는데 수학이 3등급이 나오면 국어·영어·탐구 중 2개 영역은 무조건 1등급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사도 “선택과목에 따라 원점수 기준 등급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학생의 경우 원점수가 낮아도 등급이 잘 나올 수 있지만, 확률과통계는 점수는 높은데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문과생이 수시에서 대거 하향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문과생이 수학 성적에서 워낙 밀리기 때문에 정시를 접고 수시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고려해 안전하게 하향지원하는 경향이 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과생 수난이 수시에서 끝나지 않고 정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연계열의 경우 ‘미적분’이나 ‘과학탐구’ 등 성적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한 대학이 상당수 있지만 인문계열은 별도 제한이 없어 수학 성적을 등에 업은 이과생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교차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백 교사는 “자연계열로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인문계열로 가면 연세대·고려대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서울대도 자연계열은 과학탐구 응시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지만 인문계열은 제한이 없어 이과생 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등학교 교사는 “문과가 싫어서 이과로 간 학생도 대학 레벨이 두 단계가 올라간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 하위권 대학을 목표로 했던 학생이 중상위권 대학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경계열 위주로 지원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개편으로 대입 지형 자체가 달라지면서 문과생의 불리함을 보정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소장은 대학별로 ‘변환표준점수’를 도입하는 곳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과학탐구·사회탐구 과목 백분위 점수가 같다고 가정했을 때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사회탐구 과목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불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인문계열 학과에서도 이과생을 유치하려는 곳도 있겠지만 문과생이 훨씬 많기 때문에 문과생에 가점을 주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확률과통계 응시자에 조금 더 유리한 변환표준점수 산정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지만 이 소장은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첫 수능이 치러지지도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입 3년 예고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대입 전형을 손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이 소장은 “2022학년도 입시를 치른 이후 문제점이 많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최저학력 기준 완화를 검토하는 대학이 나오겠지만 당장 올해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여러모로 문과생에게 올해 입시는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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